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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컴백 조현아의 무대 영상에 쏟아지는 조롱과 망신주기, 한국 사회의 '휴밀리테인먼트' 현상

by 몽키D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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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의 무대 영상
출처:뮤직뱅크

최근 온라인을 달군 영상이 있다. 어반자카파의 멤버이자 가수 조현아가 오랜만에 솔로로 컴백한 '줄게' 무대 영상이다. 이 무대는 의상, 표정 연기, 라이브 실력, 음악이 모두 당황스럽다는 반응으로 유명해졌다. 이렇게 어떤 콘텐츠 하나가 유명해지면 댓글 창에는 누가 더 웃기게 조롱하는지 대결이 벌어진다. 콘텐츠만큼이나 조롱하는 댓글도 화제를 모은다. 대상을 비웃고 조롱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유명인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을 '휴밀리테인먼트(humilitainment)'라고 한다. 창피(Humili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이다.

조현아 '줄게' 무대의 논란

조현아의 '줄게' 무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1. 라이브와 무대 매너의 문제: 오랫동안 방송에서 노래와 작곡 실력을 입증했던 조현아가 라이브와 무대 매너 측면에서 매우 아마추어 같았다. 흔들리는 음정, 불안한 호흡, 어색한 시선 처리 등이 베테랑 가수의 그것이라기에는 낯설어 보였다.
  2. 음악과 가사의 촌스러움: 음악과 가사는 어느 정도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다. 같은 프로듀서에 비슷한 결로 언급되는 헤이즈의 '빙글빙글'이나 지수의 '꽃' 역시 난해하다는 반응과 '중독성 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3. 기획과 헤어, 메이크업, 코디의 문제: 화려하고 색감 있는 의상이 예쁘지 않다고 지적받거나, 무대에 함께 선 댄서들의 옷차림이 지나치게 소박해서 더 튄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현아는 1인 기획사라서 이 헤어, 메이크업, 코디가 다 본인 취향이라는 주장은 그를 기획의 피해자로 동정할 가능성마저 봉쇄했다.

휴밀리테인먼트와 하향 비교

유명인이 망신당하고 조롱받는 것을 보는 행위는 자신보다 상황이 더 나쁜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얻는 '하향 비교'의 효과가 있다. 미디어의 노출로 비현실적인 상향 비교(자신보다 상황이 좋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행위)가 기준이 되어버린 시대에 휴밀리테인먼트는 입맛을 쫙 당기는 양념이다.

추구미와 자기 객관화

'추구미'는 '추구하는 미(美)'의 줄임말로, 내가 원하거나 좇는 이미지나 모습, 스타일링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신조어이다. 미적 이상향부터 자신이 원하는 삶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표현이다. 자기 자신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스스로 통치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초상은 외모 가꾸기에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베스트(Best)'와 '워스트(Worst)'를 파악하고, 최상의 상태를 '실패 없이' 획득하지 못하면 어울리지 않는 색깔을 탐했다는 이유로 '톤그로'라는 조롱을 받을 수 있다.

추구미의 흥미로운 점은, '들키면' 안 된다는 데 있다. 스스로 내 추구미가 어떻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보통 선망의 단계거나 '타고난 미가 추구미와 다른데,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는 메타인지를 전제할 때 허용된다. 타인이 '나'의 추구미를 알아챈다는 것은 곧 그 추구미와 주체가 완전히 일치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들키고 그런데도 획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키는 일은 수치심을 자극한다.

조현아와 '줄게' 무대에 대한 조롱의 본질

조현아가 30대 여성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줄게' 무대를 조롱하는 댓글에서 조현아와 동갑인 다른 여성 아이돌을 언급한다거나, 아줌마 같다고 비난하는 식이다. 자신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꾸미는 여성은 언제나 조롱의 대상이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관심 경제에서는, 휴밀리테인먼트의 주인공이 '라도' 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비의 깡 신드롬은 '1일 1깡', 팬이 작성한 '비에게 바라는 시무 20조' 등이 화제가 되면서 어느 순간 긍정적인 놀이로 전환되었으니까. 비는 이를 계기로 뜸했던 방송에 다시 등장하고, 과자 광고까지 찍었다. 하지만 모두가 비처럼 망신당하는 상황을 전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여성 연예인에게는 더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성차별적 조롱과 사회의 시선

연예인에 대한 환호와 '쌤통 심리'가 젠더화되어 있음을 지적한 김현경은 이처럼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감정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명명했다. 조현아는 데이팅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남아선호사상 발언을 했다가 반발을 산 적 있다. 논란이 되자 그 자신이 차별당하며 살았던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이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졌고, '줄게' 무대에는 '남자만 밥 더 많이 주는 식당 사장님 같아요'라거나 '남미새'라는 댓글이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조현아의 발언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가수를 조롱하는 것은 성차별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의식과는 무관한 구실이다. 도덕적 흠결은 조롱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당하기도 한다. '쌤통이다'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이 덜어지고 나쁜 사람을 심판한다는 효능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조롱에는 자신이 비친다.

결론: 조롱의 본질과 사회적 반성

여성 연예인이 망신당하는 것을 볼 때의 재미는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왜 누군가는, 혹은 '나'는 어떤 여성의 욕망이 가시화되었을 때 공감성 수치를 느끼는 것일까. 어떤 행동은, 정말 그만큼 조롱당할 만한 것일까. 우리가 조현아의 '줄게' 무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욕망을 대하는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실패와 수치심을 즐기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조롱과 비난보다는 이해와 공감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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